“반려견 인식 기술에 뛰어든 10명 중 8명이 사진 ‘인식’ 문제로 포기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촬영’ 단계에서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난관을 돌파했죠.”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만난 스타트업 ‘펫나우’의 임준호(55) 대표는 “국내외 대형 보험사뿐 아니라 정부, 기업 등에서 쉴 새 없이 우리 기술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펫나우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국내 스타트업으로선 유일하게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삼성, LG와 나란히 CES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22에서 삼성·LG와 나란히 'CES 최고혁신상' 받은 반려견 비문 인식앱 ‘펫나우’ 임준호 대표가 11일 서울 서초구 AI양재허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22에서 삼성·LG와 나란히 ‘CES 최고혁신상’ 받은 반려견 비문 인식앱 ‘펫나우’ 임준호 대표가 11일 서울 서초구 AI양재허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3개의 AI로 반려견 ‘비문’ 인식 성공

업력 5년차, 직원 12명짜리 작은 스타트업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비결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펫나우는 개의 코에 있는 무늬인 비문(鼻紋)을 촬영한다. 비문은 사람으로 치면 지문에 해당한다. 개마다 다 다른 비문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반려견을 잃어버렸을 때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펫나우 기술을 통해 반려견을 찾아줄 수 있다. 또 누군가 개를 유기했을 때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낼 길이 열린다.

“2018년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반려견 인식에 뛰어들었어요. 사람 안면인식 기술이 발달해 휴대폰으로 인식할 수 있을 단계가 됐으니 당연히 반려견도 금방 될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인식 기술 개발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개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데다가 코가 작아 선명한 사진을 충분히 모으기 어려웠던 탓이다. 펫나우도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 반려견 카페, 애견 미용 학원 등을 다니며 직접 카메라로 반려견 비문 사진을 어렵사리 확보해왔다.

펫나우는 난관을 AI로 해결했다. “인식 문제보단 촬영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촬영 단계에서부터 AI를 동원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개가 아무리 움직여도 빠르게, 선명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AI 3개를 동원했다. 1번 AI가 0.1초 안에 개를 찾으면 2번 AI가 코를 찾아 촬영하고, 3번 AI가 초점이 잘 맞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10초 이내에 선명한 비문 사진을 확보하는 기술을 개발해낼 수 있었다.

지난 달 CES 현장에서 펫나우 부스 방문객들이 반려견 비문 인식 기술에 관심을 갖는 모습./펫나우
 
지난 달 CES 현장에서 펫나우 부스 방문객들이 반려견 비문 인식 기술에 관심을 갖는 모습./펫나우

CES 2022에서 펫나우 기술을 확인한 국내외 바이어들은 “이런 기술이라면 유기동물 없는 세상을 정말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라며 칭찬했다. 임 대표는 “박람회가 끝나면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회사에서 관심을 보이며 연락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 “펫보험, 반려견 호텔 등 활용 범위 무궁무진”

펫나우는 보험사와 연계한 펫보험을 통해 앞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개별 개의 신원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었어요. 마이크로칩 이식을 거의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펫나우 기술을 활용하면 보험사는 ‘이 개가 그 개가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죠. 동물 보험에 큰 진전이 생기는 거에요.” 반려견 인식이 가능해지면 하나의 보험으로 여러 마리 반려견의 보험료를 타가는 ‘동물 보험 사기’도 줄어들게 된다. 임 대표는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여러 보험회사에서 연락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동물 위탁 업체와의 협업도 기대하고 있다. 강아지 호텔이나 병원, 동물 테마파크에서 동물이 바뀌는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등록제 개선 이룰까

펫나우는 동물등록제 개선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임 대표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된 제도는 마이크로칩 이식뿐인데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며 “펫나우의 비문 인식이 이를 대체하거나 혹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반려견 인식을 위해 마이크로칩을 인식하는 건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고, 부작용 가능성도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진 이가 적지 않다. 실제 국내에서도 마이크로칩 이식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펫나우 임준호(오른쪽) 대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에게 펫나우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펫나우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펫나우 임준호(오른쪽) 대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에게 펫나우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펫나우

CES 2022에서 펫나우 부스를 방문한 국회의원들이 입법 취지에 공감했고,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등이 펫나우 본사를 방문해 규제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또 서울시의 ‘서울형 규제개선 플랫폼’과 같은 경로로도 제도 개선을 논의 중이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임 대표는 “미국의 동물권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협력을 요청해왔다”며 “미국에서의 입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영국, 브라질, 우루과이, 대만, 일본 등에서도 협력 요청이 쏟아진다고 한다.

◇ “유기동물 없는 세상이 목표”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임 대표는 2003년 반도체 설계회사 ‘칩스앤미디어’를 만들어 6년 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었다. 이제는 펫나우를 통해 ‘유기견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들고 기술을 개발해 성공시키는 일이 적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반려견 비문 인식 기술 개발에도 망설임 없이 뛰어들 수 있었다”고 했다. 임 대표는 어릴 때 키우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 다른 반려견을 들이지 못했다. 직원들은 대부분 ‘반려인’이라 한다.

펫나우는 고양이 비문 인식 서비스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고양이는 개보다도 코가 더 작아서 인식이 쉽지 않은데, 내년 CES에서 관련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어떤 방식인지에 대해선 “아직 비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