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호ㅣ㈜펫나우 대표이사

지난 3월30일 서울시가 주최한 100인 토론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고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인공지능(AI)·바이오의료·핀테크 등의 각계 기업인이 참여해 신산업 분야 규제개선을 논의했다. 서울시 제공
 

‘이렇게 간편하게 펫 신원 확인을 할 수 있다니 놀랍다.’ ‘이 놀라운 기술이 한국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전세계 최대 규모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시이에스(CES) 2022 현장에서 방문객들로부터 수없이 들은 질문이다. 우리 회사는 펫 보험 대중화와 유실·유기동물 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자는 취지로 반려견의 코에 있는 고유한 무늬인 ‘비문’(鼻紋)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식별하는 생체인식 기술을 탑재한 펫나우 앱을 출시했다.

그런데 반려인들의 높은 관심에도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선 동물등록 수단을 ‘무선식별장치(마이크로칩)’ 부착만으로 제한해 우리 회사 기술의 파급은 규제의 벽에 막혀 있는 실정이다.

CES 2022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음에도 국내외 수많은 반려인과 보험사로부터 ‘한국 제도권의 공인받은 기술이냐’는 질문에 대해 ‘앱이 이제 막 나온 상황’이라며 말문을 흐릴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로 인해 연락을 주고받은 수많은 해외 기관과 업체 중 한국에서의 활용 사례가 아쉽다는 반응만 보이고 놓친 기회도 분명 많았다.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는 잃어버리거나 버리는 순간 신원 확인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없어진다. 그나마 실질적으로 유효한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의 국내 등록률은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이 1천만 마리를 넘어선 한국에서 ‘이 강아지가 우리 보험에 가입한 그 강아지가 맞는지’를 알기 어렵다보니 펫 보험 가입률은 고작 0.3%에 불과하다.

또한 한 해에 13만 마리에 달하는 반려동물이 유실 또는 유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호소에 지출되는 국민 혈세만 해마다 370억원이 넘는다. 해마다 9월이 되면 동물등록 캠페인이 벌어지지만, 단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반려인들이 무선식별장치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보니 과태료를 강제로 부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장형의 비실효성과 내장형의 고통과 부작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동물등록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간편한 신기술이 등장했음에도 동물보호법의 규제로 인해 국가 동물등록제에는 사용될 수 없다.

이렇듯 법령이 신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에 규제 샌드박스라는 제도가 도입됐으나 스타트업 대표들로부터는 아쉽다는 평가가 대체로 많다. 제한적인 시험을 위해 넘어야 하는 또 다른 절차가 너무 길고 그 사이에 사업을 전개할 타이밍을 놓치는 탓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시가 기업 현장의 규제 애로 공론화의 장을 운영하고 규제혁신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로 서울형 규제개선 플랫폼을 출범했다.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바이오, 인공지능(AI), 로봇, 핀테크 성장은 가속화됐지만, 제도적 기반 마련의 속도는 가속화되지 않았다. 혁신기술 규제개선을 논의한 서울규제혁신 100인 토론회에 참가한 기업인들 역시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혁신기술은 속도전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두각을 나타내도 규제 때문에 정작 상용화가 어렵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기술 경쟁력이 도시 경쟁력인 시대에서 혁신기술을 위한 규제개선이 무엇보다 큰 지원이다.

서울에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국내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해외로 이전하는 상황을 반전시켜야 기업 하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에서 마주한 또 다른 걸림돌을 제거해 규제 혁신이 보다 신속하게 진행돼 스타트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진정성을 가지고 단순히 수동적으로 지시에 따르거나 지침을 확인해주는 것을 넘어 내 일처럼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K-스타트업의 진정한 도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길 바란다.

 

 
임준호ㅣ㈜펫나우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