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지난 1월 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뚫고 참가한 한국 스타트업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스타트업을 위한 ‘유레카 파크’에 부스를 차린 800여개사 중 한국 스타트업이 292개였고, 이중 74개사가 87건의 CES 혁신상을 받았다. CES 현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만한 5개 스타트업을 꼽아봤다.

김석중 브이터치 공동대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있는 ‘CES 2022’ 부스에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옆으로 넘기며 원하는 콘텐츠를 고르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회색 등에 부착된 검정색 센서가 손가락과 시선을 인식한다. 화면 상단에 거실등, 에어컨 등 연결된 기기들의 목록이 보인다. / 조미덥 기자


펫나우- 반려견 신원 확인 개의 비문(코주름)은 사람의 지문처럼 개마다 다르다. 펫나우는 이 점에 착안해 반려견의 비문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하고 신원 확인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개의 얼굴에서 비문을 재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엔 비문이 사람 손톱만 한 소형견이 많아 기술 구현이 어려웠다.

펫나우는 인공지능(AI) 3개를 한꺼번에 작동시켜 이를 해결했다. 첫 번째 AI가 개의 얼굴에서 비문을 찾고, 두 번째는 비문에 초점을 맞추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반복해 사진을 찍으면 세 번째 AI가 선명한 것을 골라낸다. 이용자는 스마트폰 앱을 켜 반려견의 코 쪽에 대고 3~10초만 있으면 된다. 펫나우는 이 기술로 올해 CES에서 한국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펫나우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로칩 내장 방식의 동물 등록을 비문으로 대체하려 한다. 펫나우 회원이 늘어나면 이를 통해 잃어버린 반려견을 쉽게 찾고, 펫보험 등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스마트폰 인증 과정에서 쓰는 ‘패스(Pass)’처럼 하나의 표준으로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펫나우는 이번 CES를 통해 매년 1000만마리의 반려견을 잃어버리는 미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소프트피브이- 평면을 벗어난 태양광 소프트피브이는 지난해 CES에서 지름 1.1㎜의 초소형 공 모양 태양전지 ‘소프트셀’로 혁신상을 받았다. 공 하나에 양·음극을 다 설치해 개별 공마다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 공 모양은 태양이 어디에 있든 빛을 수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평면형 태양전지보다 발전 효율이 높다.

소프트피브이는 소프트셀을 어디에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옷에 넣을 수도 있고, 투명하고 구부러지는 면에 붙일 수도 있다. 본격적인 제품을 내기 전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주요국가의 특허를 받아 독점적인 활용권을 확보했다.

소프트피브이는 소프트셀을 나뭇잎 모양으로 붙인 태양발전 나무 ‘솔트리아’를 갖고 이번 CES에 나왔다. 태양광이 투명한 잎을 여러겹 뚫고 가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발전량이 많다. 시간당 3㎾를 생산하는 솔트리아 하나면 하루 15㎾를 사용하는 평균 가정의 전기사용량을 감당할 수 있다.

소프트피브이는 대형 유리창의 블라인드나 가로수를 소프트셀로 꾸며 태양발전을 하고, 사막 한가운데 태양발전 도시를 만드는 구상도 하고 있다.

디지소닉- 메타버스 3D 사운드 제페토와 같은 가상공간(메타버스)에서도 입체 사운드 구현이 가능할까. 뒤에서 말을 걸면 뒤에서 들리고, 옆에서 말을 걸면 옆에서 들리도록 말이다.

펫나우 직원이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유레카 파스 부스에서 반려견 비문 인식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똑같이 생긴 강아지 3마리를 비문으로 구별해내는 시연이다. / 조미덥 기자


디지소닉은 이걸 가능하게 하는 초실감 입체음향 기술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소리가 이용자의 앞과 뒤는 물론 위와 아래까지 입체적으로 실시간 변환해 현장감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앱을 구동시켜 베이스, 관중 소리 등 특정한 소리를 선택해 더 크게 들을 수 있는가 하면,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앞, 뒤, 옆 등 360도로 조절할 수도 있다. 음원을 소스별로 분리하는 디지소닉의 기술 덕에 가능하다.

디지소닉은 현재 메타버스가 현실 공간의 시각적 구현을 중시하지만, 앞으로는 실제와 비슷한 사운드 구현에 많은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 및 메타버스 게임업체와 기술 공급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도 가상현실(VR) 기기를 다루면서도 사운드 기술이 약한 업체들이 협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비욘드허니컴- 셰프 요리 보급 비욘드허니컴은 전문 요리사가 자신의 조리 과정을 한 번 보여주면 AI 로봇이 이를 학습한 뒤 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단순히 조리법을 익혀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분자 단위로 맛을 수치화하고, 2~3일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완벽하게 구현하는 법을 찾아낸다.

이번 CES에선 짜파구리치킨스테이크와 연어토스트 등을 선보였다. CES가 열린 사흘 내내 비욘드허니컴 부스엔 긴 줄이 이어졌다. 기자가 먹은 연어토스트도 연어가 무척 부드러웠다. 아래 깔린 샐러리, 마요네즈와도 잘 어우러졌다.

맛도 맛이지만 로봇 하나가 요리사 3명이 일하는 정도의 생산성을 보였다. 유명 셰프 요리를 직장인 구내식당이나 급식, 배달 등으로 대중화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비욘드허니컴은 매출의 일정 비율을 셰프에게 저작권료로 지불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로써 셰프는 예술가로서 요리 창작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비욘드허니컴은 한국과 미국에서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한 후 정기배달, 구내식당 등으로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브이터치- 공간터치 브이터치의 ‘공간터치 홈’ 기술은 이번 CES에서 가상·증강현실, 스마트홈, 가전제품의 3개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용자는 소파에 앉아 손가락만 움직여 집안의 스마트 기기들을 조작할 수 있다. 브이터치는 지난해 코로나19 국면에서 키오스크에 손을 대지 않는 ‘비접촉 주문’ 기술로 주목받았는데 이를 이번엔 1m 넘는 거리에서 조작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켰다.

기술의 비밀은 소파 위에 달린 센서다. 센서가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자신의 범위 안에 들어온 사람의 손과 시선을 인식하고, 집안 가전제품 위치를 파악한 상태에서 작동한다. 김석중 공동대표는 “스마트홈 기술에서 음성 인식이 키보드라면 우리 기술이 마우스”라고 했다. 공간터치 기술로 에어컨을 선택한 후 음성으로 ‘냉방’을 외치는 식으로 스마트홈을 구현할 것이란 설명이다.

브이터치는 올 하반기 호텔, 병원에서 침대에 앉아 공간을 터치하는 기술을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